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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Review - 수상한 고객들] 자살과 생명보험…코믹한 슬픈 이야기

야구 선수의 꿈을 접고 보험업계에 뛰어 들어 일찌감치 성공한 배병우는 자산관리사로의 전업을 앞두고 그간 꺼림칙했던 고객들의 생명보험을 처리하기 위해 나선다. 감독: 조진모 출연: 류승범, 정선경, 윤하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없음 (한국은 15세 이상 관람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살 시도 경력이 있는 고객들을 무더기로 생명보험에 가입시켰던 것이 마음에 걸려 이들의 상품을 연금보험으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한 것. 하지만 기러기 아빠 오부장 가난한 소녀가장 소연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는 영탁 남편 잃고 아이 넷 키우기에 허덕이는 복순까지 누구 하나 만만한 고객이 없다. 간신히 버텨오고 있는 삶에 아주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면 금방 생을 포기해버릴 것만 같은 막장 인생들이다. 병우는 이 불량 고객들만 깨끗이 해결하고 보험업계를 뜨려 하지만 어느덧 이 가련한 인생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게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상한 고객들'은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자살과 생명 보험이라는 소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겁고 슬프다. 죽음을 준비하며 생명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 고된 일상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남은 이들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려는 서민들의 모습은 아무리 가볍고 코믹하게 그려져도 쓰디쓴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삶에 대한 의지와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한편으론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진지한 코미디 영화다. 이경민 기자

2011-05-19

[Cinema Review - 브라이즈메이즈 (Bridesmaids)] 결혼식 둘러싼 여성들의 질투심 코믹 묘사

영화 '브라이즈메이즈'(Bridesmaids)는 인기 TV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aturday Night Live)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는 배우 캐서린 위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까지 맡아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친 코미디다. 감독: 폴 페이그 주연: 캐서린 위그, 마야 루돌프, 크리스 오도우 등 장르: 코미디 등급: R 초대형 블록버스터들의 무시무시한 공습이 시작된 여름 극장가에서 한 템포 쉬는 느낌으로 느긋하고 편하게 앉아 배꼽 잡고 웃다 나오면 그만인 그야말로 유쾌발랄한 영화이기도 하다. 노처녀 애니(캐서린 위그)의 삶은 우울하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베이커리는 처참하게 망했고 만나는 남자는 그저 '인조이'만 할 뿐 책임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 큰 동생과 여자친구가 동거하는 집에 얹혀 살고 있긴 하지만 그나마 렌트비를 보탤 형편도 안 돼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심지어 절친인 릴리안(마야 루돌프)이 결혼을 한다며 메이드 오브 아너(Maid of honor)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마음처럼 근사한 브라이들 샤워나 결혼식 준비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함께 들러리를 서기로 한 네 여자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 그 중에서도 돈 많고 예쁜 헬렌이란 여자는 각별히 눈에 거슬린다. 릴리안과 안 지 8개월 밖에 안됐다는데 애니를 따돌리고 베스트 프렌드 자릴 차지하기라도 하려는 듯 온갖 정성을 쏟아부어 결혼식을 준비하려는 것. 결국 애니의 인내심은 폭발을 하고 결혼식 준비는 엉망이 돼 버린다. '브라이즈메이즈'는 여성들의 마음을 낱낱이 읽어 섬세하게 그려 낸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다.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질투나 경쟁 괜한 자격지심으로 스스로를 망치는 어리석음 등이 영화 전반에 기발하게 녹아 있다. 소위 말하는 특A급 배우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지만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코믹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해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나오지 않아 오히려 더 공감이 가는 면도 있다. 여자 친구들끼리 함께 가 한 바탕 웃어제치고 오고 싶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만 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5-12

[Cinema Review - 토르 : 천둥의 신 (Thor)] 수퍼 히어로가 된 북유럽 신화 주인공

북유럽의 신화와 마블 코믹스의 인기 수퍼 히어로 캐릭터가 만났다. 올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토르 : 천둥의 신(Thor)'을 통해서다.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나탈리 포트만…앤서니 홉킨스·톰 히들스턴 장르: 액션, 판타지 등급: PG-13 갈수록 발전해가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수퍼 히어로 캐릭터는 여기서 정점을 찍는다. 그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오가고 절대 권력과 처절한 나락을 함께 경험한다. 오만함으로 인한 실수와 뒤늦은 뉘우침 그 후에 찾아오는 정화와 갱생의 과정이 한 캐릭터 안에서 펼쳐진다. 이 영화의 주인공 토르가 스파이더맨보다 드라마틱하고 아이언맨보다 진지하며 엑스맨보다 스펙터클한 이유다. 다른 등장인물들 역시 선 굵은 캐릭터를 자랑한다. 그만큼 이야기도 스케일이 크다. 영화의 배경은 신의 세계 아스나르드. 아버지 오딘(앤서니 홉킨스)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침략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친구들을 선동 분쟁을 일으키다 노여움을 사 모든 능력을 빼앗긴 채 인간 세계로 떨어진다. 언제나 형의 위세에 눌려 있던 로키(톰 히들스턴)는 이 틈을 타 천상의 권력을 쥐게 되고 토르는 과학자 제인(나탈리 포트만)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 인간세계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 그러나 로키의 야욕으로 혼란에 빠져가는 아스나르드를 구하기 위해 토르의 친구들이 지구로 내려와 그를 찾게 되고 자신 때문에 위험에 빠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하려는 순간 하늘은 다시 토르에게 천상의 힘을 허락한다. 대반전의 시작이다. 영화의 연출은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알려진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맡았다. 덕분에 신의 세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질투 권력 다툼 전쟁 구원 등의 과정을 그리는 솜씨는 기품있으면서도 파워풀하다. 단순히 위기를 벗어나는 수퍼 히어로의 이야기만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관계와 감정을 그려낸 것도 브래너 감독의 공이다. 다만 수퍼 히어로의 파워를 되찾으며 적을 쳐부수고 세상을 구원하게 되는 토르의 활약을 그리는 부분은 조금 밋밋하기도 하다. 판타지 액션 영화 연출 경험이 없는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3D 효과 고막을 흔드는 출력 높은 음향이 이 부족함을 메꾼다. 특히 토르가 자신의 힘의 상징인 해머를 되찾으며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이쯤 되면 '차원'이 다른 수퍼 히어로 영화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5-05

[Cinema Review - 패스트 파이브 (Fast Five)] 한인 성 강-주연 빈 디젤의 짜릿한 액션 한마당

막힌 속이 다 뻥 뚫리는 통쾌한 영화다. 맹렬한 스피드와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굉음을 내며 달리는 초호화 스포츠카들의 행진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혼이 쏙 빠질 만큼 막대한 물량을 쏟아 부어 연출해 낸 총격신 폭파신은 아찔하리만큼 스릴 넘친다. 맨주먹들로만 치고 받아도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묵직한 주먹으로 한 번만 내리치면 콘크리트라도 부술 기세다. 감독: 저스틴 린 출연: 빈 디젤, 드웨인 존슨, 성 강 등 장르: 액션 등급: PG-13 무엇 하나 짜릿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영화 '분노의 질주(The Fast and The Furious)'의 5탄 격인 '패스트 파이브(Fast Five)'가 담고 있는 액션의 세계다. 첫 장면부터 강렬하다. 전 편에서 특수 범죄자로 체포돼 감옥으로 이송 중인 주인공 도미닉(빈 디젤)을 동생 미아와 오랜 동료 브라이언이 탈주시키는 설정이다. 육중한 죄수 후송 버스를 향해 두 스포츠카가 돌진해 이리저리 주무르더니 데굴데굴 굴려 폭파시켜 버린다. 이로써 영화가 시작한 지 2분 만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소리가 터진다. 경찰당국의 눈을 피해 브라질 리오로 탈주한 이들은 또다시 큰 건수에 손을 댄다. 이를 위해 초 스피드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차를 훔쳐내 그대로 전속력으로 달려 도망가는가 하면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양철 지붕 위를 질주하며 몸을 피한다. 중반으로 접어들며 주인공들은 마지막 한 탕으로 범죄 조직의 현금을 털어 자유를 얻고자 결심하고 최고의 팀원들을 모은다. 물론 이들을 쫓는 경찰 루크(드웨인 존슨)의 추격망도 점차 좁혀 들어온다. 결국 주인공들은 도심 경찰서 심장부에 보관된 1억 달러의 현금을 금고째 털어내 차 두 대에 매달고 리오 시내를 종횡무진 한다. 여기가 압권이다. 닥치는 대로 부숴버린다. 노면에 낮게 붙어 빠르게 질주하는 두 대의 스포츠카가 자유자재로 기어를 변속하며 뒤따르는 경찰들을 농락하고 도시 곳곳을 박살내는 장면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자동차의 수퍼 엔진 소리가 마초적 에너지를 물씬 풍기는 주인공들의 거친 숨소리처럼 매력적이다. 빈 디젤과 레슬링 선수 출신 배우 드웨인 존슨 등주연 배우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하나의 스타일로 완성됐다. 한인 배우 성 강의 활약도 돋보인다.

2011-04-28

[Cinema Review - 리오 (Rio)] '삼바 브라질' 매력 가득한 애니메이션

삼바의 고장 브라질 리오. 그것도 카니발 시즌. 얼핏 상상 속에 그려 보기만 해도 오색찬란하고 리드미컬한 열대의 에너지가 후끈하게 느껴진다. 감독: 카를로스 샐다나 목소리 출연: 앤 해서웨이, 제시 아이젠버그 등 장르: 애니메이션 등급: G 애니메이션 '리오(Rio)'속 세계도 그렇다. 남미풍 리듬에 맞춰 열대 조류들이 화려한 날개짓을 해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눈과 귀가 호강하는 느낌에 황홀해지까지 한다. 브라질 열대우림이 고향인 푸른빛의 희귀종 앵무새 블루(제시 아이젠버그)는 채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새 포획꾼들의 그물에 잡혀 머나먼 미국 미네소타 땅에 떨어진다. 다행히 그곳에서 착한 주인 린다를 만나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 속에 귀염둥이 애완조로 자라난 블루. 하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앵무새를 구하는데 열심힌 조류학자가 같은 종의 앵무새인 쥬얼(앤 해서웨이)과의 만남을 주선해 블루를 브라질 리오로 데려오게 되고 상상조차 못했던 사건사고 끝에 블루는 주인을 잃고 쥬얼과 단 둘이 리오 땅에 남겨진다. 야생에서 자라난 쥬얼과 애완조로 살아 온 블루는 사사건건 충돌하며 투닥거리지만 험난한 모험을 헤쳐나가며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 작품의 내용. 애니메이션들의 완성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흐름 속에서 '리오'는 브라질이라는 배경이 가진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 작품을 차별화했다. 브라질 출신 뮤지션이자 제3세계 음악으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팝 팬들의 절대적 숭배를 받고 있는 세르지오 멘데스가 음악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삼바 보사노바 등 남미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음악들로 보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힙합스타 윌 아이 엠 배우 겸 뮤지션인 제이미 폭스가 목소리 더빙은 물론 사운드트랙 작업에도 참여해 힙합 스타일의 음악까지 곁들였다. 여기에 열대 조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색의 향연이 더해진다. 형광빛에 가까운 노랑 분홍 파랑 주황 등 원색이 어지럽지 않고 조화롭게 채색돼 있어 시종 눈이 즐겁다. 영상과 음악이라는 외적인 요소가 화려한 것에 비해 스토리와 캐릭터의 힘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스토리는 너무 단순하고 긴장감이 떨어진다. 주인공 캐릭터인 블루와 쥬얼은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기엔 매력이 모자라다. 조연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온갖 캐릭터가 다 등장해 음악에 맞춰 화려하게 춤을 추거나 다툼을 벌이는 장면들은 아주 볼 만하다. 정글에서 펼쳐지는 새들의 축제 장면 시장통에서 벌어지는 새들의 춤 판 카니발 중에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신 등이 그렇다. 하지만 몇몇 캐릭터만 등장해 이야기를 밀고 나가야 하는 장면들에선 긴장감이 떨어진다. 왠지 겉만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덜 자란 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4-14

[Cinema Review - 로맨틱 헤븐] 천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러브 스토리

천국이 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천국의 음악을 들으며 살아 생전을 추억한다. 천국은 이승과 이어져 있다. 감독: 장진 주연: 김지원, 김동욱, 김수로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없음(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이 곳을 관장하시는 하느님이란 분이 꽤나 너그럽다. 천지창조를 하던 일곱째날 사랑을 만든 하느님이란다. 그래서 가끔은 천국과 이승을 오가며 못 다한 한을 풀게도 꼭 만나고 싶었던 이를 만나게도 해 준다. 영화는 그 천국을 구심점으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그래서 제목도 '로맨틱 헤븐'이다.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미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야 했던 민규 그리고 평생 가슴에 묻어 둔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게 된 지욱 이 세 사람이 삶과 죽음 천국과 이승을 오가며 매듭짓지 못했던 사랑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떠나 보내기도 매듭 짓기도 이어 가기도 한다. '로맨틱 헤븐'은 언제나 재치 넘치는 대사와 엉뚱하지만 몰입도 있는 연극적 상황들을 연출해 내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던 장진 감독의 10번째 연출작이다. 역시 재미있다. 하지만 이번엔 장진의 느낌이 나긴 나되 뭔가 좀 산만한 느낌이 진하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데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어낸 힘은 부족하다. 미미의 엄마와 골수가 일치한다는 살인 용의자 하연 맨홀 뚜껑을 들고 다니다 구치소에 들어간 사내 뜬금없이 경찰서에서 싸움을 벌이는 연인 민규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출소하자마자 그를 찾아가는 전과자의 이야기들이 의미없이 흩어져 버려 아쉬움을 남긴다. 톡톡 튀는 유머들도 전작들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 대신 뭉클한 감동이 늘어나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아내와 함께 있음을 느끼는 민규의 모습이나 반백년의 세월을 하루같이 기다려온 백발의 연인이 죽음을 앞두고 재회하는 장면 등은 영화 속 맥락에서 떼어 내 따로 본다 해도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울림이 크다. 이경민 기자

2011-04-14

[Cinema Review - 유어 하이니스 (Your Highness)] 베테랑 배우들의 적나라한 '코미디 눈요기'

게으르고 겁 많은 왕자 타데우스(대니 맥브라이드)는 용맹하고 멋진 동생 파비우스(제임스 프랑코)에게 사사건건 비교 당하는 '루저'다. 감독: 데이비드 고든 그린 출연: 대니 맥브라이드, 제임스 프랑코, 나탈리 포트만 장르: 코미디 등급: R 그러던 어느날 파비우스의 피앙세가 사악한 마법사들에게 납치되자 두 사람은 함께 그녀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동생 파비우스는 성격마저 좋아 모험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형 타데우스를 살뜰히 챙기며 용맹히 모험길에 나선다. 믿고 있던 부하들의 배신을 비롯해 온갖 어려움이 두 사람의 여정을 방해하지만 여행길에서 만난 용맹한 여전사 이사벨라(나탈리 포트만)의 도움으로 위기를 이겨낸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마법사들을 무찌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 '유어 하이니스'(Your Highness)는 적나라한 섹스 코미디와 혐오감을 주는 폭력적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 쟁쟁한 배우들을 모아 놓고 이만한 예산을 들여 어쩌면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 어이가 없다. 저급한 B급 성인 만화를 보는 기분이다. 일부 장면은 절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게 된다. 하지만 객석에선 쉴 새 없이 낄낄대는 웃음이 새어 나온다. 특히 남성 관객들은 자지러진다. 분명 특정 관객층에게는 '유어 하이니스'의 코미디 코드가 통한다는 뜻이다. 선택의 문제다. 시종 이어지는 성적인 묘사 댕강 잘린 머리와 사방으로 튀는 피를 '재미'로 느낄 수 있는 관객이라면 엉뚱하지만 화끈한 시간때우기용으로 이 영화를 볼만하다. 그렇지 못한 관객이라면 2시간은 고역이 될 것이다. 견디기조차 힘들 것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4-07

[Cinema Review - 소스 코드 (Source Code)] 남의 과거로 들어가 테러 막는 '스릴러물'

영화 '소스 코드'(Source Code)에서는 '인셉션'의 느낌이 난다. 그만큼 지적이고 치밀한 영화란 뜻이다. 감독: 던칸 존스 출연: 제이크 질렌할, 미셸 모나한 장르: 스릴러, 액션 등급: PG-13 지난 여름을 강타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은 다른 사람의 꿈에 단계별로 접속해 생각을 조작할 수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에 기반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아이디어를 전개해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그보다 스케일이 조금 작긴 하지만 '소스 코드' 역시 비슷한 매력이 있다. 나름의 놀라운 상상력에 기초해 적당한 지적 유희를 선사하고 흥미진진한 추리 서사를 잘 풀어 나가고 있으며 거기에 시원시원한 영상미까지 곁들였다. 지극히 한정된 시공간만을 배경으로 하지만 '소스 코드'의 상상력이 노니는 범위는 무한대다. 콜터 스티븐슨 대위(제이크 질렌할)는 낯선 기차 안에서 눈을 뜬다. 이곳이 어디인지 앞에 앉은 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황을 알아차릴 겨를도 없이 8분후 기차는 폭발한다. 그가 깨어난 곳은 또 다른 낯선 공간. 모니터를 통해 그에게 말을 걸어 오는 여성이 '소스 코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한다. 스틴븐슨 대위는 몇 시간 전 기차 폭발 테러로 사망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 속으로 접속해 들어가 그 폭발 사고를 일으켰던 범인이 누군지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던 것이다. 이미 일어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과거 속으로 들어가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또 다른 테러를 막는 것이 '소스 코드'의 의미다. 이전에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설정이다. '인셉션'이 한 단계씩 더 깊은 꿈의 무의식 세계로 빠져드는 점진적 전개를 택했다면 '소스 코드'는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발전에 주목해 또 다른 스릴을 선사한다. 영화는 열차 폭발 직전 최후의 8분으로 끊임없이 스티븐슨 대위를 돌려 보낸다. 물론 관객들도 함께다.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이다. 과거에 접속해서는 8분이란 시간적 제약을 넘어야 하고 현실에서는 열차 폭파범이 또 다른 테러를 일으키기 전 빨리 필요한 정보를 캐내야 한다는 또 다른 촉박함이 주인공과 관객을 다그친다. 이 숨막히는 작전 수행 과정 속에서도 스티븐슨 대위와 열차 승객 크리스티나(미셸 모나한)의 로맨스 라인을 곁들여 살짝 숨 돌릴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소스 코드' 프로젝트 속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엄청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엔딩도 짜릿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3-31

[Cinema Review - 그대를 사랑합니다] 국보급 배우들의 노년 러브 스토리

나이가 든다고 사랑의 빛깔이 옅어질까. 그렇지 않다. 오래도록 변치 않은 사랑의 빛깔은 더 깊어지고 더 진해진다. 감독: 추창민 출연: 이순재, 윤소정, 김수미, 송재호 장르: 드라마 등급: 없음 (한국은 15세 이상 관람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새 사랑이 오지 않을까. 아니다.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노년의 사랑은 더 아름답고 더 진실되고 더 애잔하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그런 이야기다. 새벽녘에 오토바이를 몰며 우유를 배달하는 성질 괴팍한 노인 만석(이순재)과 하루 종일 모아야 몇 푼 나오지도 않는 폐지를 잔뜩 모아 낡은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송씨(윤소정)의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치매에 단단히 걸린 아내(김수미)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하며 극진히 보살피는 주차관리원 군봉(송재호)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아름다운 영화다. 마치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가운데 노란 가로등이 켜진 겨울날 새벽의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살이 에일 듯 추울 것만 같지만 조용히 내려 앉는 눈송이에 포근함마저 느껴지는 그런 날 같다. 그만큼 만석과 송씨 군봉과 그의 아내가 보여주는 사랑은 가슴 시리지만 한편 한없이 따뜻하다. 그들의 사랑은 관객을 호되게 울린다. 단순히 헤어짐이 아쉽고 떠남이 먹먹해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그들보다 세상을 덜 산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깊이와 너비가 너무도 벅차 흘리게 되는 눈물이다. 노년의 네 배우가 펼치는 연기는 보는 이의 말을 잃게 만든다. 밥 숫가락에 순대를 얹는 손길에도 노안 탓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멀찍이 놓고 열쇠 꾸러미를 살피는 눈길에도 그들의 세심한 연기가 보인다. 뒷 짐지고 걸어가는 뒷 모습만으로도 관객의 눈물을 쏟게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국보급 배우들이다. 이경민 기자

2011-03-31

[Cinema Review - 서커 펀치(Sucker Punch)] 한인 여배우 제이미 정 '액션 한마당'

아무것도 미리 예측하지 말자. 어차피 빗나가게 돼 있다. 부족한 상상력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말자. '서커 펀치'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에밀리 브라우닝, 애비 코니시, 제이미 정 등 장르: 액션, 판타지 등급: PG -13 지옥같은 현실에 갇힌 소녀는 눈을 감고 춤을 춘다. 그러면 그 곳은 상상의 세계로 변하고 소녀와 친구들은 여전사가 된다. '어떻게'냐고 묻지 마라. 아무도 모른다. 설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냥 소녀들의 모험을 따라가자. 몸과 마음을 맡겨야 한다. 그러면 보는 이도 그 안에 있게 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지극히 스펙터클한 액션과 특수효과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재미있는 만화다. 무한한 상상력과 차원을 뛰어넘는 환상의 세계가 정신없이 펼쳐진다. 눈을 의심케 하는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다. 어쩌면 이것은 스케일 큰 오락 같기도 하다. 한 스테이지씩 '클리어'하면서 필요한 아이템을 손에 넣으면 '왕'을 깨고 무서운 세상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관객은 실제 게임을 조정하는 것 같은 느낌에 빠진다. 손에 쥔 콘트롤러를 신나게 조작하며 롤플레잉 오락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매력은 영화 '서커 펀치'를 봐야 하는 단 하나의 충분한 이유다. 거기에 귀를 때리고 심장을 고동치게 하는 강렬한 음악까지 더해졌다. 그러니 게임이 싫다면 어마어마한 뮤직 비디오를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영화에 임해도 나쁘지 않다. '서커 펀치'는 영화 '300' '워치맨' 등을 통해 빼어난 상상력과 독창적 액션 연출을 보여준 잭 스나이더 감독의 작품이다. 현재 '수퍼맨' 속편을 준비 중인 스나이더 감독은 '서커 펀치'에서 다섯 명의 여자가 찍을 수 있는 액션의 모든 것을 펼쳐 보였다. '300'에서 "스파르타!"라는 고함을 외치며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복근의 전사들이 사정없이 싸우는 장면들을 즐겼던 관객들이라면 1차대전 전장 용이 잠들어 있는 성 초스피드로 달리는 미래형 기차 등을 마구 오가며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한 하이브리드 액션을 펼치는 소녀 전사들에게 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스토리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기본 플롯도 나쁘지 않다. 소녀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믿고 마음을 모아 힘을 합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스토리는 일견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베이비 돌(에밀리 브라우닝) 스위트 피(애비 코니시) 블론디(바네사 허진스) 등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확실해 다채로움을 더한다. 한인 배우 제이미 정의 활약도 돋보인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아시안 아메리칸 여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맘껏 뽐낸다. '서커 펀치' 스나이더 감독 "이젠 수퍼맨 속편에 몰두할 것" "놀라움으로 가득 찬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에서부터 주인공의 의상 배경 음악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겁니다." 영화 '서커 펀치'(Sucker Punch)를 연출한 잭 스나이더(사진) 감독은 오래전부터 구상해왔던 콘셉트를 마침내 영화로 완성해냈다는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아주 오래 전 부터 상상해왔던 이야기입니다. 다섯명의 소녀가 강제로 춤을 춰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춤을 추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는 거죠. 그래서 이 지옥같은 현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눈을 감고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든다는 것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었습니다." 스나이더 감독은 오랜 친구이자 패서디나 아트센터 동창인 일본계 극작가 스티브 시부야와 함께 끝없는 토론으로 '서커 펀치'를 조금씩 다듬어 나갔다. "만나면 한참을 마주 앉아서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하며 영화 속 구체적 내용들을 이야기 해 나갔었죠. 그 시간 덕에 막상 대본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모든게 술술 풀리고 빠르게 진행이 되더군요." 영화 속엔 유난히 동양풍의 느낌이 배어나는 장면이 많다. 배경 디자인이나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무기 등에서 아시아적 색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주인공 소녀들 가운데에도 한인 제이미 정과 필리핀계 바네사 허진스 등이 포함돼 있다. "꼭 아시안을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오디션을 통해 좋은 배우들을 뽑았을 뿐이에요. 제이미는 대사 몇 줄 읽는 것을 보고 바로 느낌이 왔어요. 앰버가 아시안이 된 것은 제이미가 그 역에 꼭 알맞았기 때문입니다. 바네사에게서도 이전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매력이 보여 바로 캐스팅을 해버렸죠." 잭 스나이더는 현재 영화 '수퍼맨' 속편 작업에 여념이 없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퍼히어로 캐릭터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영광이기도 하지만 부담도 느낀다"면서 "하지만 과거 어떤 영화에서보다 현실적이고도 박진감 넘치는 수퍼맨 캐릭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3-24

[Cinema Review - 윈 윈 (Win Win)] 한인 정서와 흡사한 가족 스토리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두 딸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마이크는 '못 나가는 변호사'다. 의뢰인이 없으니 수입도 없고 때문에 가정살림도 사무실 유지도 힘든 지경이 된다. 감독: 톰 맥카시 출연: 폴 지아매티, 에이미 라이언 등 장르: 드라마 등급: R 여가 시간에 고등학교 레슬링팀을 가르치는 것이 유일한 낙이지만 그마저도 오합지졸이라 큰 위로가 못 된다. 궁여지책으로 독거 노인 리오의 보호자를 자처 매달 1500달러의 돈을 챙겨보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리오의 손자라며 나타난 불량한 소년 카일이 그의 삶을 흔든다.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임시로 카일을 맡아 키우게 되는 마이크의 가족. 하지만 보기와 달리 선하고 상처 많은 소년 카일과 마이크의 가족은 점차 진한 정을 쌓아가게 된다. 마침 레슬링에서도 천부적 재능을 보이는 카일 덕분에 마이크의 가족과 친구들의 삶은 점차 즐거움으로 채워져 간다. 영화 '윈 윈'(Win Win)은 한국 사람의 정서에 딱 맞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가족 영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떠나질 않고 한국 배우들로 리메이크를 해도 꽤나 재미를 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능한 변호사 착한 가장 열정적 레슬링 코치의 모습을 동시에 표현해 내는 폴 지아매티의 연기가 감동을 준다. 가끔 욕설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R등급 판정을 받은 것이 안타까운 영화다. 이경민 기자

2011-03-17

[Cinema Review - 평양성] 웅장한 사극 줄거리에 인간미 넘치는 '서사시'

이준익 감독은 사극에 능하다. '왕의 남자'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등의 전작에서 그는 감각적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을 뽐낸 바 있다. 그의 영화엔 따스한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감독: 이준익 출연: 이문식, 정진영, 류승룡, 이광수 등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없음 (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라디오 스타'도 그랬고 '즐거운 인생'도 그랬다. 이준익 감독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항상 포근하다. 어리숙하지만 사연이 있고 때문에 코믹한 동시에 애잔한 것이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이다. 신라 김유신과 백제 계백장군의 전투를 코믹한 사투리로 풀어냈던 그의 초기작 '황산벌'에서도 그랬다. 굵직한 역사 속 사건을 다루고 있는 사극이었고 심지어 전쟁 영화였지만 '황산벌'이 진정 훌륭했던 것은 전쟁 따위 아무 상관없이 어서 빨리 집에 돌아가 홀어머니 모시고 추수나 하며 사는게 소원인 '하찮은' 주인공 거시기의 이야기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황산벌'의 속편 격으로 만들어진 '평양성'은 거기서 한발짝 더 나갔다. 훌륭하고도 스케일 큰 전쟁 사극이자 사람 냄새 진하게 풍기는 그래서 코믹하면서도 애잔한 아름다움을 지닌 드라마 거기에 명배우들의 열연까지 하나로 합쳐지며 시너지를 냈다. '평양성'은 이미 백제를 항복시킨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이 고구려 평양성을 함락시키고자 총공세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투 장면들은 장대하면서도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경상도 전라도에 이어 북한 사투리까지 뒤섞여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쫄깃하고 걸쭉한 대사들도 일품이다. 하지만 '평양성'은 볼거리와 말장난으로만 승부를 걸지 않는다. 거기엔 '전쟁이고 뭐고' 어떻게든 이 한 목숨 챙겨 살아 돌아가려는 민초들이 살아 숨쉰다. 전편에 이어 등장한 거시기를 비롯 그럴듯한 이름조차 없는 수많은 병사들이 '나서면 죽는다'고 몸을 사리는 모습은 우습지만 슬프고도 현실적이다. 어떻게든 공을 세워 줄줄이 딸린 식솔을 먹여 살리겠다는 문디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전쟁 영화지만 영웅은 없다. 신라 대장군 김유신은 당나라와의 기싸움에 지지 않으려 쉴새없이 잔머리를 굴리고 끝까지 고구려를 지키려던 남건 장군은 형제간의 배신과 갈등으로 어이없이 쓰러진다. '평양성' 속 전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다. 영화 속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사연들을 하나 하나 또렷이 드러내고자 끌어 온 배경 역할을 충실히 할 뿐이다. 큰 것을 그리는 동시에 작고 평범한 이야기들을 끌어 안은 것이야말로 '평양성'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문식 정진영 류승룡 황정민 이광수 등 최고의 배우진은 시종 액션 드라마 코미디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명연을 선보인다. 이준익 감독이 작정하고 만들면 얼마나 재미있는 상업 영화가 나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3-17

[Cinema Review - 배틀: 로스엔젤레스 (Battle: Los Angeles)] 외계인 LA 공습 그래픽 '스펙터클 묘사' 일품

지구가 외계인의 습격을 당했다. 속수무책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처참한 공습에 전 세계 20개 주요 도시가 초토화 됐다. 홍콩 파리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모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감독: 조나단 리브스만 배우: 애론 에크하트, 미셸 로드리게즈 등 장르: SF, 액션 등급: PG-13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배틀:로스앤젤레스'는 지구로 침공한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해병대원들의 전투를 스펙터클하게 그려냈다. 로스앤젤레스도 마찬가지다.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시작된 외계인들의 습격은 도시 전체를 쓸어 버리며 무참하게 계속된다. 육해공군이 다 동원되지만 수십발 총알을 맞고도 멀쩡한 외계인에 끝없이 밀어 닥치는 무인비행선의 폭격 앞에선 먼지처럼 나가 떨어질 뿐이다. 샌디에이고 캠프 펜들턴의 해병들도 비상이 걸렸다. 젊고 패기넘치는 마르티네즈 소위 전역 직전에 전쟁에 투입된 낸츠 하사는 병사들을 이끌고 샌타모니카로 향한다. 하지만 외계인들의 공격을 당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상상조차 못했던 적 그리고 엄습하는 공포와 맞서 싸우며 이들은 숨고 쏘고 도망치기를 계속한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배틀:로스앤젤레스'(Battle:Los Angeles)는 지극히 간단한 영화다. 외계인과 싸우는 해병대원들의 전투가 전부다. 스토리나 캐릭터 따윈 별로 안중에 없다. 외계인과 비행물체 그리고 초토화된 LA의 광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담아 낸 화려한 영상 하나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관객들이 그 의도에 쉽게 항복해 버리도록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무시무시한 전쟁 상황으로 몰아넣은 다음 눈을 의심케 하는 스케일 큰 영상과 귀가 멍멍할만큼 울리는 총성을 쏟아 부어 혼을 빼 놓는데 도저히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적은 외계인인데 해병대원들의 전투 방식은 현재 지구상 곳곳의 전쟁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가전 수준이다. 때문에 SF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전투 장면 묘사엔 현실감이 철철 흘러 넘친다. 무전기 총 수류탄 탱크 유도미사일 전투기 등 외계인들의 공격 앞엔 다소 원시적으로까지 보이는 무기들로 죽어라 싸우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만큼 절박하다. 쉴새없이 흔들리는 화면은 어지럽지만 그만큼 박진감도 넘친다. 딴 생각을 하거나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다. 그저 영화 속 해병대원들과 똑같이 계속되는 위기 상황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벌이는 느낌 속에 젖어 있게 될 뿐이다. 2시간 동안 '배틀:로스앤젤레스'에 '압도'당했다 살아 나올 각오를 하고 영화관에 들어선다면 무시무시하게 흔들리는 놀이기구 하나 타고 내린 듯한 쾌감을 느끼며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3-10

[Cinema Review -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연기 본좌' 김명민의 첫 코믹물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한창이던 조선 정조 16년. 왕은 공납 비리를 밝히기 위해 '탐정'이란 정5품 관직을 신설해 수사령을 내린다. 감독: 김석윤 출연: 김명민, 오달수, 한지민 장르: 코미디 등급: 없음 (한국은 12세 이상 관람가) 이에 왕명을 받은 명탐정(김명민)은 고을 사또들을 암살하고 엄청난 공납물을 빼돌리는 사건의 배후를 찾고자 개장수 서필(오달수)과 함께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적성고을 한객주(한지민)를 찾아가 수사를 벌이게 된다. '조선명탐정'은 '연기 본좌'로 불리우는 배우 김명민이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영화다. 작은 에피소드들이 연결돼 차근차근 오리무중의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언제나 굳은 얼굴로 진지한 연기만 보여주던 김명민이 헐렁하게 시답지 않은 농담이나 툭툭 뱉으며 촐랑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솔솔한 재미다. 명탐정 곁을 지키는 개장수 역의 오달수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진감 넘치게 담아낸 시장통이나 숲 속 추격신들도 돋보인다. 자칫 코미디로만 쏠릴 수 있었던 영화의 균형을 잘 맞춰 주는 역할을 했다. 다만 말장난식 개그를 무리하게 끼워넣은 부분들은 조금 거슬린다. 평범한 대사도 코믹하게 연기해낼 줄 아는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너무 적나라하고 가벼운 웃음에만 집착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경민 기자

2011-03-10

[Cinema Review - 어저스트먼트 뷰로(The Adjustment Bureau)] 사랑 위해 운명 거역하는 정치인의 '스릴러'

우리의 인생이 정해진 계획에 따라 완벽히 통제되고 조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감독: 조지 놀피 출연: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장르: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 등급: PG-13 짜여진대로 얌전히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 운명에 맞서 싸워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낼 것인가를 둘러싼 '순응 혹은 거부'라는 선택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결정이 될 것이다. 영화 '어저스트먼트 뷰로'(The Adjustment Bureau)는 그런 이야기다. 저 위에서 '회장'이라 불리우는 존재가 모든 이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가 흔히 '천사'로 알고 있는 존재들은 마피아처럼 깔끔한 양복 중절모 차림으로 비밀스레 곳곳을 누빈다. 회장의 계획에 따라 개개인의 운명 프로토콜이 적힌 책을 들고 다니며 상황을 통제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이들이다. 전도유망한 정치인인 주인공 데이비드 노리스(맷 데이먼)도 그 계획 안에 들어가 있는 한 사람이다. 최연소로 뉴욕 상원의원직에 도전했다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그는 패배 인정 연설을 준비하다 만난 현대무용가 엘리스(에밀리 블런트)에게 순식간에 빠져 버린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그의 인생에 끼어든다. 그들은 데이비드와 엘리스가 만나고 사랑해서는 안 될 운명이라며 다신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라 선언한다. 자신들의 존재를 누설하면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겠다는 엄포도 곁들인다. 하지만 엘리스를 잊지 못하는 데이비드는 정해진 운명을 거역하기로 결심하고 스스로 사랑을 개척하겠다고 나선다. 영화는 SF 소설의 대가 필립 K 딕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등 위대한 SF 영화들의 모티브를 제공해온 작가의 아이디어를 빌려 온 것이다. 감독인 조지 놀피는 '본 얼티메이텀' '오션스 트웰브'등의 각본 작업을 도맡아 했던 작가 출신이다. 화려한 경력의 두 작가가 만들어 낸 이야기인만큼 영화는 독특한 설정과 세계관을 자랑한다. 덕분에 이 설정이 소개되는 초반부 관객들의 흥미를 확 잡아 끄는 힘이 도드라진다. 하지만 영화의 무게감이 어정쩡하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은 가볍게 즐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갈팡질팡하다보니 다양한 장면이 가진 의도된 매력과 재미를 줄줄이 놓치게 된다. 기발한 상상력이란 원석을 가공함에 있어 매끄럽고 노련한 연출의 솜씨가 아쉬운 부분이다. 장르적 특징이 어지럽게 뒤섞인 것도 흠이다.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로맨스 영화용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둘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무거운 스릴러 연기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3-03

[Movie Review - 글러브] 청각 장애학생 인간승리 '착한 야구 영화'

좀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해도 착한 맛에 보는 영화가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정직하고 순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매끄럽지 못하고 눈에 거슬리는 점들마저 다 끌어안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영화들을 우리는 종종 만나게 된다. 너무 교훈적이어도 어쩔수 없다. 가끔 손발이 오글거리는 민망한 대사나 연기가 나와도 웃어 넘기게 된다. 영화가 담고 있는 착한 메시지와 반듯한 캐릭터들에게 무장 해제 당해버리기 때문이다. '글러브'는 딱 그런 영화다. 야구와 청각 장애 학생들의 만남이 주 내용이다. 한 때는 날리던 투수였던 김상남(정재영)이 술 먹고 사고를 친 후 이를 수습하기 위해 농아학교 야구부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를 그리고 있다. 농아인 아이들은 방망이에 공 맞는 소리도 콜 플레이 외침도 들리지 않아 엉망진창 야구를 해댄다. 사람들이 놀릴까 두려워 화이팅도 외치지 못한다. 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야구엔 근성도 투지도 없다. 그들이 야구 영웅 김상남을 만난다. 김상남은 예정된 사고를 치고 뻔한 진상을 부린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초심을 되찾고 기적을 이룬다. 바뀌어가는 아이들의 눈빛 낯설고 찌그러진 외침이나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파이팅을 외치는 농아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저절로 코끝이 찡해진다. 어깨가 나가고 손이 진물러 터질지라도 32-0으로 무참히 깨지더라도 상관없다는 듯 초인적 투구수를 견디고 온 몸이 까지도록 슬라이딩을 해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뽀얗게 빛나는 순수한 감동의 빛이 터져 나온다. 땀으로 이야기하고 몸으로 증명하는 정직한 스포츠와 신체적 한계 사회적 편견을 딛고 당당히 서고자 하는 장애우들의 이야기가 만났으니 이미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그 울림을 예상할 만 하다. 뻔히 예측 가능한대로 영화가 흘러간다해도 감동의 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게 착한 영화의 힘이다. '공공의 적' '실미도' '이끼' 등 강한 영화들만 만들어 오던 강우석 감독이 마치 영화 속 김상남이 그렇듯 초심으로 돌아가 작정하고 만든 동화같은 영화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흥행감독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다소 유치하거나 작위적 장면들도 없진 않지만 '강우석 사단'이라 불리울만한 정재영 유선 강신일 등의 주연 배우진이 적절히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과한 힘과 멋은 모두 걸러냈지만 글러브 속으로 꽉 들어차는 야구공의 강한 스피드와 묵직한 사운드만으로도 강우석의 마초적 힘이 묻어나는 듯 하다. 아역 배우들의 투혼도 굉장하다. 일부 훈련 장면은 '실미도'를 연상시킬만큼 비장미를 풍겨 무게감을 더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2-24

[Movie Review - 아이 엠 넘버 포 (I AM NUMBER FOUR)] 외계 종족이 생존위해 지구서 펼치는 SF 액션

'아이 앰 넘버 포'(I Am Number Four)는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이 제작을 맡고 '이글아이' '디스터비아' 등으로 흥행력을 인정받은 D.J. 카루소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감독: D.J 카루소 제작: 마이클 베이 출연: 알렉스 페티퍼.다이애나 애그런 장르: SF 액션 등급: PG-13 멸망 위기에 처한 외계 종족 최후의 생존자 9명이 지구로 탈출 생존을 위해 정체를 숨기고 도망 다니는 과정을 다룬다. 주인공은 그 중 네번째 생존자인 '넘버 포'다. 제목도 거기서 비롯됐다. 영화는 SF 액션의 장르적 특성에 충실한 설정이다. 초능력을 가진 외계 종족의 이야기는 신비롭고 흥미진진하다. 외계인이란 소재 덕에 '엑스파일' 시리즈의 분위기도 물씬 난다. 화려한 특수효과로 치장된 액션신들도 볼 만하다. 제작을 맡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스타일이 묻어나 액션 스케일이 크고 물량 공세도 화끈해 눈이 호강을 한다. 하지만 고등학생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에 과하게 무게가 실려 유치한 감도 없지 않다. 성인관객보다는 틴에이저들이 더 재미있게 볼 만 하다. 어쩐지 '트와일라이트'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 막바지 또 다른 생존자인 넘버 식스가 등장해 주인공 넘버 포와 함께 길을 떠난다. 어느 정도 흥행 성적만 거둔다면 당장이라도 후속편 제작에 돌입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주인공 '넘버 포' 역 알렉스 페티퍼 영화 '아이 앰 넘버 포'의 주인공을 맡은 할리우드의 청춘스타 알렉스 페티퍼는 “마치 수퍼맨이 된 듯한 느낌으로 캐릭터와 액션을 만끽하며 촬영한 영화”라고 자신있게 작품을 소개했다. 지난달 베벌리힐스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페티퍼는 “스토리, 캐릭터, 담고 있는 메시지까지 모든 게 만족스러웠지만 단순히 액션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이 영화에 끌렸었다”고 작품을 처음 접한 순간을 추억했다. 그는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해내는 등 혼신의 힘을 다했다”면서 “스태프들과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던 만큼 꼭 속편을 통해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도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할리우드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스타'로 꼽히기도 했던 페티퍼는 “인터넷을 보고 너무 신나 여기저기 퍼다 나르고 트위터에서 기사를 리트윗하는데만 1시간을 투자했다”며 “앞으로도 내 자신과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작품만 잘 골라 좋은 배우로 남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2-17

[Moview Review - 언노운 (Unknown)] 사고 당한 주인공 정체성 혼란 '스릴 만점'

부인과 함께 떠났던 베를린 출장길에서 신분증 하나 없이 홀로 갑작스런 교통 사고를 당해 버린 마틴 해리스 박사(리암 니슨). 감독: 하우메 콜렛 세라 출연: 리암 니슨, 다이앤 크루거, 재뉴어리 존스 장르: 액션, 스릴러 등급: PG-13 혼수상태에서 72시간만에 깨어나 다급히 부인을 찾아 가지만 그녀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남편을 모른 체 한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자신이 진짜 마틴 해리스라 주장하는 다른 낯선 남자가 있다. 심지어 그는 마틴 해리스의 모든 신변과 기억을 완벽히 공유하고 있다. 그에겐 여권도 결혼 사진도 있다. 아무도 진짜 마틴 해리스를 알지 못한다.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 도리어 자신을 없애려는 수상한 무리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그는 혼란에 빠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디까지가 올바른 기억일까. 사고를 통해 잃은 기억은 무엇이고 잘못 입력된 정보는 무엇일까. 영화 '언노운'(Unknown)은 이 같은 주인공의 혼란을 해결하는 과정을 긴박감 넘치게 담아 낸다. 갈수록 혼란에 빠지는 주인공의 여정에 관객들은 빠른 속도로 몰입된다. 주인공이 사고를 당하고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고 자신을 죽이려는 낯선 이들에게 도망을 다니기까지의 과정이 순식간에 전개돼 궁금증은 커지고 위기감은 고조된다. 아무런 실마리 없이 계속 꼬여가기만 하는 위기 상황 전개가 신선하고도 스릴 넘친다. 숨가쁘게 몰아치는 추진력도 상당하다. 영화 후반 마틴 박사의 비밀이 한 순간 갑작스레 밝혀지는데 그 때까지 이어 온 긴장의 끈이 너무 허망하게 풀려 아쉬울 정도다. 전체적 구성상 반전의 배치는 무난했지만 알고나니 지극히 상투적 반전이라 다소 맥도 풀린다. 하지만 후반 20여분 모든 기억의 퍼즐을 다시 짜 맞춘 주인공에게 제2의 위기 상황을 던져 줘 다시 한번 스릴의 고삐를 조이는 영리한 선택이 돋보인다. 적당히 지적이고 중후한 이미지에 선 굵고 강렬한 액션 능력까지 겸비한 리암 니슨이 마틴 해리스 역을 맡아 종횡무진한다. 러셀 크로우보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톰 크루즈보다 강렬하고 폭발적이다. 원 톱으로 액션 스릴러를 끌어 가기에 참 좋은 배우임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2-17

[Movie Review - 서유기 리턴즈]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손오공 창작물

'달인' 김병만이 스크린에서도 기인열전을 펼친다. 아동용 코미디 액션영화 '서유기 리턴즈'를 통해서다. 감독: 신동엽 출연: 김병만, 류담, 한민관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없음 (한국은 전체 관람가) 상영관: 엠팍극장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3총사와 삼장법사의 활약을 그린 서유기의 설정을 현대로 옮겨 왔다. 2000년 전 삼장법사와 손오공 무리는 세상을 뒤흔드는 악의 무리를 호리병 속에 봉인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2011년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우연히 발견된 이 호리병의 봉인이 풀리며 세상은 다시 악의 세력으로 어지러워진다. 이에 과학자들은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유물을 이용 손오공 일행의 DNA를 채취해 그들을 되살리고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게 한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 '서유기 리턴즈'에는 손오공 역을 맡은 김병만을 필두로 저팔계 사오정의 이미지와 꼭 들어맞는 두 코미디언 류담 한민관이 가세했다. 그렇다고 TV속 개그콘서트에서 보던 익숙한 꽁트나 유행어가 난무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 '우뢰매' 시리즈가 그랬듯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했다. 출연진은 '개그맨'이 아닌 '코미디 배우'로서 열연한다. 특수효과나 액션장면 연출은'우뢰매' 당시와 비교할 때 그 수준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영상으로 증명한다. 아이들이 가볍게 웃고 볼 수 있도록 만든 영화지만 제작에 임한 배우나 연출진의 진지한 자세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엠팍극장에서 한국과 동시 개봉돼 오늘(18일)부터 상영된다. 이경민 기자

2011-02-17

[Movie Review - 굿 허스번드 (A Good Husband)] 이별·후회의 감정 절절히 묻어난 '순애보'

사랑이 떠나간 후 오는 것은 후회다. 후회란 이미 사랑이 과거가 됐다는 뜻이다. '있을 때 잘해 줄 것을…'하는 생각은 부질없다. 감독: 이사오 유키사다 출연: 히로코 야쿠시마루 에츠시 토요카와 장르: 드라마 로맨스 등급: 없음 상영관: 엠팍극장 더 이상 사랑하는 이가 내 곁에 없다는 사실만이 뼈저리게 사무칠 뿐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은 더 쓰라리다. 가엽고 처량해 한없이 도와주고 싶다가도 가끔은 화가 나 윽박을 질러보기도 한다. 그 과정은 새로운 상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아파하고 이겨낼 수 있는 시간 꼭 '떠나보내기 위함'이 아닌 '더 많이 더 오래 사랑하고 기억하기 위한' 그런 시간 말이다. 영화 '굿 허스번드'는 그런 이야기다. 결혼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바람둥이 남편 슌스케(에츠시 토요카와)와 그저 헌신적이고 어리광 많은 아내 사쿠라(히로코 야쿠시마루)는 늘상 투닥거리는 게 일상이다. 간절히 아이를 원하는 사쿠라와 달리 자유분방한 영혼의 사진작가 슌스케는 모든 것에 시큰둥하기만 하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떠났던 여행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년이 지난 후 여전히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 슌스케에게 사쿠라는 이혼을 선언한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다시 슌스케와 사쿠라의 일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두 사람의 이별과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던 슌스케와 사쿠라의 행동도 뭔가 의뭉스럽던 주변인물들의 존재이유도 그때부터 풀려 나간다.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레 밝혀지는 사실들과 함께 영화는 오전 11시의 햇살과도 같던 발랄했던 분위기에서 암실의 어둠처럼 무겁고 먹먹한 슬픔의 영역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그저 아내 속 썩이는 철부지 남편의 이야기에 그칠 것만 같았던 영화는 절절한 이별과 가슴 아픈 후회의 감정이 교차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발전해 나간다. 시종 차분하고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이를 통해 전달되는 울림의 강도는 세차다. 가만가만 보는 이의 마음을 적시는 감성이 빼어나다. 사진이 소재가 되는 영화인만큼 장면마다 담겨 있는 자연광의 아름다움이 눈부시다.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도 그럴듯한 순애보 로맨스 영화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시기에 단연 돋보이는 영화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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